NYT "백악관, 엡스틴 파일 놓고 내분"…트럼프 측근들 공개 여부 충돌

▲ 이미지출처=Wikimedia Common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관련 기밀문서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백악관 내부에서 격렬한 갈등을 벌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엡스틴 사건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이른바 '고객 명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백악관 내부 논쟁이 본격화됐다. 해당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거센 반발이 제기되자 참모들 사이에서도 대응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커졌다.

JD 밴스 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시 파텔 FBI 국장 등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여러 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 현안을 다루는 상황실이 사실상 엡스틴 문제를 위한 전략회의 장소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관련 문건 공개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다. 밴스 부통령은 의회의 추가 압박이 불가피한 만큼 논란이 되는 자료까지 포함해 선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투명성을 앞세워 지지층의 불신을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와일스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참모들은 공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NYT는 와일스 실장이 사적으로 밴스 부통령의 입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갈등은 FBI와 법무부 간 책임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당시 캐시 파텔 FBI 국장과 댄 본지노 FBI 부국장은 팸 본디 법무장관이 사태를 잘못 관리했다고 비판하며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본디 측이 자신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 내부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의심했다.

특히 본지노 부국장은 한 회의에서 본디 장관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고, 이후 정보 유출 의혹이 자신에게 향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그는 주변 인사들에게 이번 사안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형 정치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틴 관련 자료 공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참모들에게 해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했으며, 관련 논의가 나올 때마다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측근들에게 "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문건 공개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틴의 관계를 조명한 기사를 준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경영진과 편집 책임자들에게 연락해 보도 중단을 요구하고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엡스틴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뒤 2019년 뉴욕 연방교도소에서 수감 중 숨졌으며, 그의 인맥과 관련 기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현재까지 미국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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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