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의 실형이 뒤집히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던 정치활동 외곽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해당 후원금과 관련한 특가법상 뇌물 혐의, 돈봉투 살포와 관련한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수사의 출발점이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판단 구조에는 차이가 있었다. 2심은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의 임의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돈봉투 수수 의혹과 관련된 녹음파일의 존재까지 인식하고 이를 제출할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당 녹음파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먹사연 관련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역시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돈봉투 의혹에 관한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관련성이 떨어지는 다른 공소사실 입증에 활용한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 사건은 핵심 내용과 관련자, 범행 경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두 사건의 관련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면, 먹사연 사건에 대해선 영장 없이 압수물을 사용한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먹사연을 정치자금법상 ‘정치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무죄로 봤다. 아울러 이번 수사가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단서로 한 ‘별건 수사’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적법절차 원리에 대한 수사기관의 보다 엄격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총 6천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살포하는 데 관여하고, 먹사연을 통해 총 8억6천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허가 청탁과 관련된 뇌물로 판단돼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으로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가 됐다. 앞서 이 사건과 함께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 역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디지털 증거 수집 절차의 적법성에 대해 법원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상고한 상태로, 이번 사건 역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선고 직후 송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밖에서 싸워 무죄를 입증하고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약속이 실현됐다”며 소나무당을 해체하고 개별적으로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정치권은 물론, 디지털 증거 수집의 적법 범위와 별건 수사 한계를 둘러싼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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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