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도에 육박하는 고열과 극심한 통증에도 출근을 이어가던 20대 유치원 교사가 끝내 숨지면서,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병가 사용이 사실상 어려운 근무 환경과 대체 인력 부재가 비극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3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고인이 사망 전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난다”, “출근 중 오늘이 가장 컨디션이 안 좋다”,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다” 등 심각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발표회 준비와 각종 업무로 인해 고강도 노동을 이어왔다.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퇴근 이후에는 ‘주간 놀이 협의’ 보고서 작성 등 재택 업무를 수행하는 과중한 일정이 지속됐다. 여기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까지 맡으며 휴일에도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리한 근무가 이어지던 가운데 고인은 독감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근했지만, 병원 진료를 제때 받지 못했고 결국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도 그는 원장에게 “내일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사실상 출근을 전제로 한 의사 표현을 했다.
가족의 만류에도 고인은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느냐”고 말하며 출근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고열 속에서 근무를 이어간 고인은 체온이 39도를 넘는 상태에서야 조퇴 의사를 밝혔으나, 인수인계를 이유로 즉시 퇴근하지 못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뒤에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호흡 곤란과 흉통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남긴 뒤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그는 2주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유족은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조퇴가 가능했다”며 “병가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 너무 가혹했다”고 토로했다.
현행 질병관리 지침은 인플루엔자 등 감염병 의심 시 등교 중지를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 부담과 조직 문화로 인해 아픈 교사들이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아픈 교사를 대신할 인력이 없는 구조와 ‘아파도 버텨야 한다’는 인식이 초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해당 유치원이 사직 처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를 향해 법정 감염병 발생 시 병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체 인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건강보다 업무를 우선시하도록 강요하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요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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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