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A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 속에는 단숨에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다. 깔끔한 슬릭백 헤어에 차가운 눈빛, 고급스러운 수트핏까지 완벽히 소화한 ‘가선영’. 이 인상적인 악역을 연기한 이는 모델이자 배우 장윤주다.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윤주는 “예전에도 악역 제안이 몇 번 있었지만, 그땐 자신이 없었다”며 “이번엔 박유영 감독님이 캐릭터의 배경과 감정선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믿고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유영 감독은 처음부터 장윤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장윤주는 “감독님이 20대 시절 패션쇼 영상을 찍던 중 저를 보고 인상 깊었다더라”며 “제가 독립영화 ‘최소한의 선의’에서 보여준 무표정한 얼굴과 모델로서의 카리스마를 합치면 새로울 것 같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제작사의 우려와 달리 ‘가선영’은 등장과 동시에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가선영 룩’이 회차마다 주목받고 있다. 장윤주는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많이 고민했다”며 “한 가닥 내린 앞머리는 의도된 포인트였고, 진한 원색 의상은 마치 갑옷처럼 보이게 하려는 연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촬영 때 사용한 스카프를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가선영이라면 이런 걸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직접 골랐어요.” 참고한 인물에 대해선 “정치인인데, 말하면 큰일 난다”며 웃었다. 장윤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나르시시즘이 강한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가선영의 내면 연기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고 했다. “선영은 어릴 적부터 새아버지가 부모를 죽였다고 믿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12부에서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더라고요.”
장윤주는 “너무 눈물이 나서 감독님이 ‘그렇게 울면 안 된다, 선영이는 냉정한 인물이다’라고 하시더라”며 “억지로 참았던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장윤주는 국내 최정상 모델로 활동하다가 2015년 영화 ‘베테랑’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세자매’ 때부터라고 생각해요”라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나도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연기로 이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현재는 딸에게도 응원을 받는다고 한다. “딸이 ‘엄마 연기해야지’, ‘힘들어도 해야지’라며 용기를 줘요.
그 말이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종이의 집’, ‘눈물의 여왕’, 그리고 ‘착한 여자 부세미’까지, 최근 출연작마다 성공을 거두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장윤주. 하지만 그는 “흥행은 운이죠. 저는 그 순간에 몰입할 뿐이에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다음에는 조용하고 따뜻한 작품, 감정선이 섬세한 청춘극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은중과 상연’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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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