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수출 논란, 美백악관 내부 반대에 막혀…中과 정상회담서 제외

▲ 사진출처=Bloomberg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APEC) 관련 미·중 정상회담에서 첨단 인공지능(AI) 칩인 ‘Blackwell B200 GPU’의 중국 수출 허용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은, Donald Trump 행정부 내 참모진의 강한 반대 때문이라는 내부 보고가 나왔다.

미국 유력 매체 The Wall Street Journal(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해당 칩 수출을 조건부 허용할 가능성까지 검토했으나, 행정부 핵심 참모진의 집단 반대에 따라 수출 논의 자체를 회담 의제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Blackwell B200는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전 세대인 H100 기반 서버보다 AI 학습 시 최대 3배, 추론 모델 실행 시 최대 약 15배의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내부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 미국은 이처럼 고성능 AI 칩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AI 분야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기술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안보적 판단하에 수출 제한을 유지해 왔다.

한편 Jensen Huang NVIDIA CEO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며, 성능을 일부 낮춘 ‘중국용 개선버전’의 블랙웰 판매 방안까지 제안했다. 그는 백악관 및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접촉하면서 미국과 중국 양국 시장 모두를 겨냥한 전략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 중 전용기 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랙웰 문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모진의 강경 반대에 직면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블랙웰의 중국 판매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공동 입장을 제시했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해당 사안을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에서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언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 수출 정책이 향후 더욱 엄격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회담 결과가 영구적 결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와 황 CEO 측의 로비는 향후 다시 수출 허용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과 국가간 AI 패권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출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는 모양새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과 국가 간 무역 논의를 넘어, 기술 패권, 국가 안보, 글로벌 시장 접근이라는 다층적 갈등이 교차하는 ‘신(新) 냉전’ 양상의 일면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