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후 2년 지나야 순직 인정 병영 피해자 구조체계 얼마나 준비돼 있나”

▲ 사진출처=유튜브 

지난 2022년 9월 입대한 스무살 청년 김상현 이병이, 약 한 달여간 제12사단 병력으로서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에 근무하다가 간부와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최근 공식 장례 절차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이병은 입대 후 경계병에 자원하여 2022년 10월 27일 인제군에 위치한 제12사단 52보병여단 33소초로 배치됐다. 그러나 전입한 지 약 한 달만인 11월 28일 초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가 겪은 가혹행위로는 모욕·협박·실수 노트 작성 강요 등이 있었으며, 특히 당시 분대장을 맡았던 간부가 유명 웹애니메이션의 ‘민폐 캐릭터’에 빗대며 조롱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유사 괴롭힘은 선임병들에게서도 이어졌다.

이후 군 사망사고로 수사를 거쳐 해당 간부 및 선임병들에 대해 춘천지방법원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4개월,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가 내려졌다. 김 이병은 사망 후 약 2년이 지나서야 순직으로 인정받았으며, 유가족의 뜻에 따라 군은 고인이 숨졌던 초소 앞에 추모비를 세우고, 고인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됐다.

영결식은 30일 오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사단장(葬)으로 엄수됐다. 유가족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냉동실에 안치된 자식을 두고 3년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 동기들의 추도사에는 김 이병이 밀가루를 먹지 못하던 환경에서도 라면 한 그릇을 통해 동기와 친해지고자 했던 모습,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했던 청년의 인간적인 면모가 전달됐다.

사단장은 “김 이병을 모든 임무에 헌신한 참군인이자 주변을 먼저 배려했던 따뜻한 청년으로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며 영면을 기원했다. 또한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역시 “사랑하는 자식을 정성으로 키워 나라에 맡긴 유가족에게 말도 안 되는 형벌을 겪게 한 사람이 누구냐”며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단지 하나의 비극이 아니라, 병영 내 위계·가혹행위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존재하는지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에도 군 내부에서 성폭력·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반복돼 왔으며, 이를 계기로 군 당국은 제도 개선과 가해자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체계 마련 등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부대에 배치된 신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망 이후에도 장례와 순직 인정이 지연된 현실은 제도적 공백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가해·피해 관계가 명백해도 위계문화·밀폐된 조직 특성으로 인해 피해는 은폐되고 재발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유가족과 동기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이다. 이제 군은 유가족의 바람을 단순한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구체적 변화로 증명해야 한다. 김 이병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병영의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구조의 출발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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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