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의날에 할머니 밭에서 배추를 캐서 보냈는데,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반으로 잘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실 벽에 머리를 밀쳐 맞았다. 선생님은 집까지 찾아와 촌지를 요구했다.”
2006년 개봉한 공포 영화 ‘스승의 은혜’ 리뷰 영상 댓글창에 올라온 사연들이다. 영화 속 설정처럼 과거 교사에게 받은 폭력과 모욕을 털어놓는 댓글이 수년째 이어지며 온라인상에서 세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21년 유튜브에 게시된 15분 분량의 영화 리뷰 영상은 11일 기준 조회수 251만회를 넘겼고, 댓글도 4300개 이상 달렸다. 댓글 상당수는 1970~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의 경험담이다.
영화 ‘스승의 은혜’는 과거 교사에게 정서적·신체적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성인이 된 뒤 복수심을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가난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거나 체벌로 학생의 꿈을 꺾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댓글에서도 비슷한 경험담이 잇따랐다.
“심하게 맞아 지금도 꼬리뼈 통증이 남아 있다”, “촌지를 안 냈다고 맨손으로 급식을 먹게 했다”,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등의 증언에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공감 표시가 달렸다.
반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문제집을 챙겨주던 선생님이 있었다”는 식의 긍정적 기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댓글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온라인 회고를 넘어 당시 교육 문화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감정의 표출이라고 분석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화 속 ‘복수’ 서사를 보며 과거 억눌렸던 감정을 털어놓고 해방감을 느끼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체벌과 촌지가 일상적이던 시대 분위기가 댓글을 통해 다시 소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학교 현장의 권위주의 문화가 현재 교권 붕괴 논란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교사에게 상처받은 세대가 학부모가 되면서 자녀 문제에 더욱 민감하고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과거 학생들을 때리던 교사들은 이미 은퇴했지만, 지금 젊은 교사들이 그 후폭풍을 감당하고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 수도권의 한 2년 차 고등학교 교사는 “현재 학교 현장과 과거 권위주의적 교육 문화를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교사들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교육 문화를 성찰하되, 현재 교실의 현실과 분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체벌과 촌지가 당연시되던 시대의 상처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만큼, 세대 간 불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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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봉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