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문세가 연말을 맞아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하는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더 베스트’는 40여 년간 사랑받아온 그의 음악 인생을 집약한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13일과 14일 이틀간 진행됐으며, 총 2만4천 석이 전석 매진됐다. 추운 겨울밤과 어울리는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깊어진 목소리가 더해지며, 공연장을 찾은 1만2천 명의 관객에게 포근한 연말 선물 같은 시간을 안겼다.
공연의 포문은 이문세의 대표곡 ‘소녀’가 열었다.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천장에서 내려온 가교형 무대를 걸으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공연 초반부터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후렴구에서 마이크를 관객에게 건네자, KSPO돔은 떼창으로 가득 찼다.
‘더 베스트’라는 공연명에 걸맞게 이날 무대는 철저히 히트곡으로만 구성됐다.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깊은 밤을 날아서’, ‘광화문연가’ 등 세대를 아우르는 곡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1980년대 데뷔곡부터 2000년대 드라마 OST까지 폭넓은 선곡은 이문세 음악의 긴 생명력을 실감하게 했다.
이문세는 무대 중간중간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DJ로 먼저 활동했던 시절과 가수로서 초창기 어려움, 그리고 작곡가 고 이영훈과의 만남이 전환점이 됐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전했다. 특히 ‘소녀’가 탄생하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관객과 추억을 공유했다.
공연 연출 또한 ‘공연 장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신나는 곡에서는 안무팀과 함께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록스타 같은 모습도 연출했다. 관객 전원에게 ‘문세라면’을 나눠주는 이색 이벤트는 공연의 또 다른 재미로 작용했다.
이문세는 “히트곡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노래를 함께 살아온 관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오늘 이 무대는 그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던 자리”라고 진심을 전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붉은 노을’이었다. 관객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장은 하나의 합창장이 됐다. 무대를 누비는 이문세의 모습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하며 긴 여운을 남겼다.
이날 공연을 찾은 한 관객은 “이문세의 노래는 세대를 이어주는 힘이 있다”며 “추억과 현재가 동시에 살아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음악은 이날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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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