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 회장 김철수 씨가 최근 주한 외교사절단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7일 적십자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직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은 김 회장의 해당 언행에 대해 “엄중하게 질책한다”며 보건복지부에 적십자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대변인 김남준 씨가 이에 대해 “인종·민족·국가·지역 등을 이유로 이루어지는 차별이나 혐오는 국가공동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반사회적 행위”라고 언급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김 회장이 2023년 8월 중앙위원회 행사 이후 외국 대사 및 그 배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외국 대사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더라”, “얼굴이 새까만 사람들만 모였더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녹취 보도다. 이들 발언은 앙골라·인도·체코·스리랑카 등 7개국 대사 및 배우자가 참석했던 행사 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23년 8월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취임한 바 있다. 과거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의 공동후원회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보 후원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적십자사는 이번 사안의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놓고 내부·외부 감사를 병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의 사임이 언제부터 효력을 갖는지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민간 인도주의 기관의 수장이 외교사절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적 언급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공공기관으로서 적십자사의 위상과 신뢰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