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민간 AI 업계 핵심 인재에 대한 해외 출국 제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내걸고 인재 유출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중국 내 ‘AI 인재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첨단 AI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핵심 인력에 대해 해외 출국 전 당국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조치는 AI 스타트업 창업자와 전문 연구원, 기업 임원 등 민간 분야 핵심 인재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와 딥시크 등 중국 대표 AI 기업 관계자들도 관리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핵 과학자와 국유기업 간부, 주요 대학 연구진 등에 대해 유사한 출국 제한 제도를 적용해왔지만, 이를 민간 AI 업계로 확대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다.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개인의 학력이나 소속뿐 아니라 국가 전략상 중요도를 기준으로 출국 제한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AI 핵심 인력을 단순 기업 자원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대중국 AI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기술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빅테크 메타의 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 거래를 불허한 데 이어 공동 창업자들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통제가 장기적으로는 중국 AI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학회 참석과 글로벌 공동 연구, 국제 네트워크 형성이 위축될 경우 혁신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중국 AI 엔지니어들이 경력 초기부터 중국에 남을지, 해외로 나갈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인재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 날 바이트댄스가 자사 AI 연구개발 조직 ‘시드(Seed)’ 직원들에게 특별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드는 대형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AI, 음성·영상 기술, AI 인프라 등을 연구하는 핵심 부서다. FT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직원들에게 자사 AI 서비스 ‘더우바오’ 관련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며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텐센트가 경쟁사 AI 인재 스카우트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 내 인재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바이트댄스 소속 연구원과 인프라 전문가 일부가 최근 텐센트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AI 업계에서는 특히 AI 모델 효율 개선에 핵심 역할을 하는 인프라 엔지니어와 데이터 라벨링 전문가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FT는 최근 급부상한 AI 스타트업 딥시크 역시 연구진 유출 방지를 위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 투자 기금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는 딥시크의 첫 자금 조달 논의에 참여했으며, 시장에서는 딥시크의 기업가치를 약 450억 달러(약 65조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통제 강화와 기업들의 공격적인 보상 정책이 맞물리면서 중국 AI 산업이 국가 주도형 인재 관리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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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