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지난 추석에 우리 집에 자녀들이 모두 모였다. 그런데 큰딸이 엄마집 전자렌지가 너무 렌지 효능이 떨어진다고 다시 사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나는 “고장은 안났으니 그냥 쓰고 있는거지”했다. 그러고 보니 이 전자렌지를 구입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딸과 사위는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 보고 나서 우리집에 적당한 LG 전자렌지를 주문했다. 인버터식이어서 전기가 절약되고 와트도 조절되는 최신모델의 전자렌지 였다. 추석 곧이어 오는 엄마의 생일 선물로 전자렌지를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전자렌지를 주문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주문한 전자렌지가 도착했다. LG전자 기사가 잘 설치해 주고 사용방법 주의사항등을 알려주고 갔다. 언젠가는 사야지 하고 있었지만 선뜻 사고 있지 못하던 새 전자렌지가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이다.
보통 전자렌지는 1000와트 짜리거나 700와트짜리여서 식품을 사면 각각 와트수에 맞추어 시간을 조절하라는 안내가 나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집에 들어온 전자렌지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새전자렌지는 1000와트부터 시작해서 한번 누르면 800와트 한번 더 누르면 600와트 또한번 누르면400와트 한번 더 누르면 200와트로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렌지이다. 강하게 약하게 얼마든지 조정해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큰딸과사위가 생일선물로 사준 전자렌지를 흐믓한 마음으로 가만히 보고 있다가 나는 문득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던 전자렌지는 내가 어머니께 사 드렸던 전자렌지이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모시기위해 살림을 합치면서 내가 어머니께 사드린 전자렌지를 사용해 왔던 것이다.
내가 어머니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사드린 전자렌지를 그동안 잘 사용해 왔는데 이번엔 딸이 나에게 전자렌지를 사 준 것이다. 그러면 우리집 전자렌지는 이름을 하나 붙여야 겠네 “효도전자렌지”라고...이런 생각을 하는데 지난 날이 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까 19년전에 C국에서 선교사역을 하던중 복음을 전하던 현장에서 나는 체포되어 취조를 받고 비자제한을 억지로 당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오니 살길도 막막했는데 양가에 각각 홀로 남으신 친정아버지 그리고 시어머님을 섬겨야 할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었지만 나는 기도 하였다. 기왕에 한국에 나와 있는 동안 공부할 기회를 주시기를,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을 섬길 수 있는 물질을 주시기를...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응답해 주셨다. 주중에는 장신대 신대원에서 교역학 석사를 공부하면서 주말이면 양가의 두분 부모님을 공경하기를 신대원 3년을 다니는 동안 매주 찾아가서 섬겨 드렸다.
마침 어느 성도님이 10년을 탄 세피아2 자동차를 무료로 주어서 그 차를 타고 부모님께 효도하러 갈 수 있었다. 주중에는 장신대 기숙사에서 공부하며 지내다가 주말엔 청주에 계신 친정아버지에게 가서 하룻밤을 자면서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청소와 세탁을 해 드리면서 돌봐드렸다.
아버지 집을 떠나 돌아올때면 아쉬워 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다음주에 또 올께요” 하면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얼마나 기뻐 하셨는지 모른다. 아들넷에 딸하나인 아버지가 어머니가 일찍이 돌아 가시고 외동딸이 해외에서 선교사로 사는 동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아버지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은 다시 운전대를 잡아 운전을 해서 시어머님이 혼자 살고 계신 서울 양천구 신월동으로 갔다. 어머니는 혼자 지내시면서 음식을 제대로 못 드셔서 피골이 상접해 있으셨다. 나는 어머니가 식사를 잘 하실 수 있도록 한 주간 드실 반찬이며 국을 끓여놓고 어머니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월요일 저녁엔 장신대 기숙사로 돌아오곤 했다.
확실히 경험해 보면 부모님 집을 자주 찾아가야 부모님이 뭐가 필요하신지를 알게된다. 나는 우선 예전에 사용하시던 무거운 솜이불대신에 가볍고 폭신한 새 이불을 ‘이부자리’에서 사다가 각각 두분에게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오래된 일반전기밥솥을 두 분 다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밥맛이 좋은 압력전기밥솥을 각각 사다 드렸다.
그리고 또 살펴보니 두 분 다 전자렌지가 없었다. 그때 똑같은 삼성전자렌지 두 개를 사서 친정아버지집과 시어머님댁에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그후 함께 살게되어서 시어머님의 전자렌지는 내가 지금까지 쓰고 있었던 것이다.
전자렌지를 사 드린 양가의 부모님들은 다 돌아가셨다. 다만 내가 늦깍이 신학대학원생이 되어 형편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효도하는 마음으로 사드린 전자렌지는 아직도 남아서 내가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의 딸이 나에게 신형 전자렌지를 사준 것이다. 딸과 사위는 늘 우리집 살림을 살핀다. 큰사위가 “어머님댁 커피포트도 낡았던데 하나 사드렸으면 좋겠어“ 하고 딸에게 말하더란다.
작년 구정이 지나고선지 사위는 명절에 우리집에 가족들이 다 모일때 살림살이를 훝어본 모양이다. 어느날 사위는 독일제 칼세트를 사서 보내주었다. 어머님댁 칼이 잘 안들어 팔에 무리가 간다고 독일제 잘드는 새칼세트를 사준 것이다. 딸이 “엄마 남편이 자기용돈 절약해서 엄마에게 부엌칼을 사 드린거예요.” 한다.
나도 양가 부모님께 무엇이든 편리하고 좋은 것을 사 드리는 것을 기쁨으로 했더니, 이제는 나의 자녀들이 나에게 그렇게 하는것을 본다. 이제 내 딸이 낳은 삼남매도 제 부모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효도 하는 것을 보았으니 효도하는 아이들이 될것이 틀림없다. 심는대로 거두는것이 세상의 법칙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마7:1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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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
